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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파과 작가 구병모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년도 2018 읽은 날 2018.12.31~2019.01.01 |
2019년 첫 독서.
이 책을 읽어야겠다라고 꼭 집어 선택한 책은 아니었다. 리디북스에서 기간한정 무료대여 이벤트를 하길래 줄거리도 확인하지 않고 일단 다운받은 것을 내처 읽어버린 것. 하지만 인생이란 게 다 그렇고 그런 우연들로 이루어지는 법 아니던가. 무료라서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이 책은, 의외로 새해 첫 책으로 과히 나쁘지 않았다. 아니 좋았다.
이야기의 주인공 '조각'은 여성 노인 청부살인업자. 잘 단련된 신체와 숙련된 살인 기술을 갖고 있으며, 가게 점원이 '어머님'이라고 자신을 호칭할 때 "나는 당신의 어머니가 아니에요" 라고 딱 잘라 말할 만큼 냉정하고 개인주의적인 면모를 지녔다. 소설의(특히 한국의) 인물로서도 대단히 흔치 않은 조합이고, 그렇기에 매력적이다. 누군가의 어머님도 할머님도 아닌,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꼿꼿이 세우고 다니는 -거기다 오로지 본인의 능력과 경력으로 인정받는- 노년의 여성이라는 캐릭터는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하지만 지극히 드물기에, 이렇게 만난 것이 참 반가웠다. 거기에 글맛이 살아 있는 문장에 긴장감 있는 전개가 더해져 장편이지만 금세 읽어낼 수 있었다.
제목인 '파과'의 뜻이 궁금해 사전을 찾았다. 두 가지의 뜻이 있었는데,
파과(破瓜)는 과(瓜)를 파자(破字)하여 팔(八) 두 개가 나오므로 8*2 혹은 8*8인 16세/64세라 하고
(이 부분이 우스운 것이, '파과지년'은 여자의 경우 16세, 남자의 경우 64세를 뜻한다고 한다. 같은 단어가 대상의 성별에 따라 대략 50세나 차이나는 뜻을 가지는 것이다. 대체 왜??)
파과(破果)는 흠집이 난 과실을 이름이었다.
작가의 의중은 알 수 없으나, 제목은 어쩌면 주인공의 60대 나이를 뜻할 수도 있고, 흠집이 나고 썩어 물러진 조각의 냉장고 안 복숭아나 그 밖의 다른 모든 상처난 몸과 마음들일 수도 있겠다.
흠집이 날 수도 있다. 그러지 않기를 바라나 어쩌면 썩어 도려낼 수도 있다. 그러나 어쨌든 살아가는 것이다. 마지막 순간까지.
새해를 열고 책장을 닫으면서(게으른 비유다. 사실은 리디북스 페이퍼 커버를 닫았다.), 그런 생각을 했다. 새해에 어울리는 생각이었다.
+덧. 이게 이 블로그의 개설 후 맨 첫 글이기도 하다.
2019년에 목표한 것 여러 개 중 독서와 글쓰기가 있는데 두 가지가 만난 셈이니 이 또한 새해답다.
제목의 규격을 정해야 할 것 같은데 작가명과 도서명 중 어느 것을 먼저 써야 할지 고민이 되어서 결국 논문 참고문헌 작성 원칙까지 찾아보았다. 피곤한 성격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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